디자이너 이직 준비 – 포트폴리오부터 면접까지 직접 겪은 것들

이직을 처음 생각한 건 사소한 계기였다.

일은 익숙해졌고, 배우는 게 줄었다. 새 프로젝트가 시작돼도 결과가 어느 정도 보이는 느낌. 그 익숙함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직을 준비했다. 처음엔 포트폴리오 정리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이 글은 디자이너가 이직을 준비할 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잘됐던 것, 안됐던 것, 다시 한다면 다르게 할 것들을 포함해서.


먼저 – 지금 이직할 타이밍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직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지금 이직하는 게 맞는 타이밍인가.

이직 이유가 불명확하면 면접에서 반드시 걸린다. “연봉을 높이고 싶어서”는 솔직한 이유지만 그것만으로는 약하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여기서도 연봉 문제가 생기면 또 나갈 사람”으로 보인다.

이직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 먼저 명확해야 한다.

  • 성장 환경이 부족한가
  • 다루고 싶은 도메인이 다른가
  • 팀 문화가 안 맞는가
  • 규모가 다른 조직을 경험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으면,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하는지도 보인다. 이직 이유가 선명할수록 지원 방향도 선명해지고, 면접도 편해진다.


이직 전 현실 점검

이직 시장은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은 회사마다 요구하는 게 다르다.

지원하기 전에 이것들을 확인해두는 게 낫다.

경력 연차 대비 포지션이 맞는가 주니어와 미드레벨, 시니어가 기대하는 역량이 다르다. JD(Job Description)를 꼼꼼히 읽으면 그 회사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윤곽이 나온다.

도메인 이동이 가능한가 커머스에서 핀테크, B2B SaaS로 넘어가는 경우처럼 도메인이 크게 바뀌면 포트폴리오 어필 방식도 달라진다. “도메인은 다르지만 UX 문제 해결 방식은 같다”는 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회사에서 떠날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가 합격하고 나서 입사 일정이 안 맞으면 기회를 놓친다. 대략적인 퇴사 가능 시점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필요하다.


포트폴리오 –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이직 준비의 80%는 포트폴리오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서 대부분 막힌다.

케이스 스터디 구성이 핵심이다

포트폴리오는 예쁜 화면 모음이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풀었고, 결과가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케이스 스터디 하나의 기본 구조는 이렇다.

  1. 배경 – 어떤 서비스, 어떤 팀에서
  2. 문제 – 무엇이 문제였나 (사용자 문제 또는 비즈니스 문제)
  3. 과정 – 어떻게 접근했나 (리서치, 탐색, 결정 이유)
  4. 결과물 – 최종 디자인
  5. 성과 – 어떤 변화가 있었나 (정성적 또는 정량적)

화면이 아무리 예뻐도 “왜 이렇게 결정했는가”가 없으면 약하다. 반대로 과정이 탄탄하면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아도 설득이 된다.


성과 수치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직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이 부분이다.

수치가 있으면 쓰는 게 당연히 낫다. 전환율 몇 % 개선, 이탈률 몇 % 감소 같은 것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디자이너가 수치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또는 디자인만의 기여를 정확하게 뽑아내기 어렵다.

이럴 때는 정성적인 성과를 구체적으로 쓰는 게 낫다.

“개발팀과의 스펙 조율 횟수가 줄었다” “사용자 인터뷰에서 특정 문제 언급이 사라졌다” “출시 후 CS 문의에서 해당 플로우 관련 내용이 감소했다”

이런 표현은 수치는 아니지만 거짓이 아니고, 설득력도 있다. 없는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쓰는 게 훨씬 낫다.


케이스 스터디 몇 개가 적당한가

많다고 좋지 않다. 3~4개가 적당하다.

하나를 깊게 파는 게 열 개를 얕게 나열하는 것보다 낫다. 면접관은 포트폴리오 전체를 꼼꼼히 보지 않는다. 두세 개를 집중해서 보고, 그게 마음에 들면 나머지를 훑는다.

첫 번째 케이스 스터디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자신 있는 것,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첫 번째에 놓아라.


포트폴리오 형식

PDF와 웹사이트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PDF는 이메일 제출에 편하고, 채용 담당자가 바로 열어볼 수 있다. 웹사이트는 더 인터랙티브하게 보여줄 수 있고, 링크 하나로 공유가 된다.

둘 다 준비하는 게 이상적이다. 기본은 PDF로, 여유가 있으면 노션이나 포트폴리오 플랫폼으로 웹 버전도 만든다.

노션으로 만드는 사람도 많다. 빠르게 만들 수 있고, 링크 공유가 편하다. 다만 노션 특유의 레이아웃 한계가 있어서, 디자인적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렵다.


이력서

이력서는 포트폴리오보다 빨리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JD에 맞게 이력서를 조정해야 한다. 모든 회사에 같은 이력서를 보내는 건 비효율적이다. 회사마다 원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강조하는 포인트를 바꿔야 한다.

이력서에서 디자이너가 자주 실수하는 것들.

  •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수행했다” 같은 모호한 표현
  • 툴 나열만 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없는 경우
  • 프로젝트 이름만 있고 어떤 서비스인지 설명이 없는 경우

무엇을 했냐보다 어떤 영향을 만들었냐를 쓰는 게 낫다. “온보딩 플로우 리디자인 담당”보다 “온보딩 플로우 리디자인으로 신규 사용자 첫 행동 완료율 개선에 기여”가 훨씬 낫다.


지원 – 어디에, 얼마나

처음 이직을 준비하면 지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적게 하는 경향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 맞다. 많이 지원한다고 합격 확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나서 면접이 동시에 여러 개 겹치면 준비가 흐트러진다.

한 번에 5~7개 정도가 적당하다.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가고 싶은 회사는 준비를 더 들인다.

공고가 없는 회사에도 지원할 수 있다. 채용 공고 없이 직접 메일로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방식이다. 회신 확률은 낮지만, 가고 싶은 회사가 명확하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면접 – 포트폴리오 발표와 질문

디자이너 면접은 크게 두 가지다. 포트폴리오 발표와 인성/컬처핏 면접.

포트폴리오 발표

시간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20~30분. 준비 없이 들어가면 시간 조절을 못 한다.

적어도 3번은 소리 내어 발표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 해보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 앞에서도 해본다. 말하다 보면 어색한 부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발표할 때 주의할 것들.

  • 결과물 자랑보다 과정의 선택과 이유에 집중한다.
  • “예쁘게 만들었습니다”보다 “이 결정을 한 이유는”이 훨씬 낫다.
  • 협업한 부분은 “저는 이 부분을 담당했고”로 명확하게 역할을 구분한다.

자주 나오는 면접 질문들

이것들은 거의 항상 나온다고 봐도 된다.

“지금까지 한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는?” 실패 경험을 묻는 것이다. 잘됐다는 얘기보다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핵심이다. 잘 안된 프로젝트를 솔직하게 말하되, 거기서 뭘 배웠는지를 같이 말해야 한다.

“팀원과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경험은?” 협업 방식을 보는 질문이다. 내가 옳았다는 결론이 아니라, 어떻게 조율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회사에 왜 지원했나?” 이 질문에 “성장하고 싶어서”만 있으면 약하다. 그 회사의 서비스를 실제로 써봤는지, 어떤 부분이 흥미로웠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5년 후에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커리어 방향을 보는 질문이다. 정답은 없지만, 생각해본 적 없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된다.


면접 후 – 피드백을 요청해도 된다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피드백을 요청할 수 있다. 모든 회사가 답해주진 않지만, 일부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준다.

같은 실수를 다음 면접에서 반복하지 않으려면 피드백이 필요하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정보 수집의 문제다.


이직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

사람마다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 포트폴리오 준비: 1~2개월
  • 지원 및 서류 통과: 2~4주
  • 면접 프로세스: 회사마다 2주~1개월
  • 합격 후 퇴사 준비: 1개월 (보통 인수인계 포함)

빠르게 잡아도 3~4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걸린다.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한다면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퇴근 후에 하게 되는데, 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소진된다.

처음부터 너무 빠듯하게 잡지 말고,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게 낫다.

프로덕트디자이너 이직 완벽 가이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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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준비하면서 놓치기 쉬운 것들

LinkedIn 프로필 정리 국내 채용도 LinkedIn으로 연락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포트폴리오 링크, 경력 요약, 최근 프로젝트 설명을 업데이트해두면 수동적으로도 기회가 온다.

현재 회사 프로젝트 기록 남기기 이직 준비를 결심했다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기록해두는 게 좋다. 퇴사하고 나서 과거 자료를 꺼내오는 건 어렵다. 스크린샷, 플로우, 결정 이유 같은 것들을 지금부터 정리해두면 포트폴리오 작업이 훨씬 수월해진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이직 기회의 상당수는 공고가 아니라 아는 사람을 통해 온다. 같은 직군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디자인 커뮤니티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강력한 채널이다.


마무리

이직은 준비가 전부다.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는 것, 면접을 잘 보는 것도 결국 준비한 만큼 나온다.

그리고 한 가지.

이직은 현재 회사에서 못 버텨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더 잘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거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 관점이 있을 때 면접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면접관이 “왜 이직하려고 해요?”라고 물었을 때, 도망가는 사람과 나아가는 사람의 대답은 다르다.

준비를 잘 하면, 합격보다 더 중요한 것도 얻는다. 나 자신의 커리어를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는 시간. 그게 이직 준비의 진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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