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25년 차도 처음엔 당황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봤을 때 “이게 되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포토샵은 오랫동안 학습 곡선이 가파른 툴의 대명사였다. 레이어 개념을 이해하고, 마스크를 쓸 줄 알고, 단축키를 외워야 비로소 “쓸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툴이었다. 그런 포토샵에 대화창이 생겼다. 채팅창에 “배경을 석양으로 바꿔줘”라고 입력하면 알아서 해준다는 게 Adobe의 설명이다.
이게 단순히 기능 하나 추가된 게 아니다. 편집 방식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다.
Photoshop AI 어시스턴트, 정확히 무슨 기능인가
2026년 3월 10일, Adobe는 포토샵 웹·모바일 버전에서 AI 어시스턴트 퍼블릭 베타를 공식 공개했다. 이전에는 2025년 10월 Adobe MAX에서 처음 공개된 후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베타로 운영되다가, 이번에 누구나 쓸 수 있게 열렸다.
핵심 기능을 정리하면 이렇다.
- 자연어 편집 요청: “배경 인물 지워줘”, “하늘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줘” 같은 일반 언어로 편집 지시 가능
- 자동 실행 또는 단계별 안내: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 모드와, 사용자가 과정을 따라가며 직접 배우는 가이드 모드 두 가지 지원
- 새 레이어 생성 방식: 원본을 건드리지 않고 새 레이어를 만들어 작업 결과를 얹는 비파괴 편집 구조
- AI 마크업(Markup): 캔버스에 직접 원을 그리거나 대략적인 형태를 스케치하면, AI가 그걸 편집 지시로 해석해 처리
- 음성 입력 지원(모바일): 모바일에서는 타이핑 없이 말로 요청 가능
- 기존 툴과 병행 사용 가능: 밝기·대비 같은 슬라이더 조정과 대화형 AI 편집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음
현재는 포토샵 웹과 모바일(iOS, Android)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데스크탑 앱 지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전까지 포토샵이 걸어온 길
AI 어시스턴트가 갑자기 튀어나온 건 아니다. 포토샵은 꽤 오래전부터 자동화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해왔다.
내가 처음 포토샵을 배울 때만 해도, 배경 제거는 그야말로 노가다였다. 펜 툴로 패스를 따고, 레이어 마스크를 씌우고, 가장자리를 다듬는 작업을 몇 시간씩 했다. 그러다 Content-Aware Fill이 나왔을 때, 같은 팀 동료들이 모두 “이게 된다고?”라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없애고 싶은 영역을 선택하면 주변 배경을 분석해 자연스럽게 채워주는 기능이었다.
그다음은 피사체 선택(Select Subject)이었다. 클릭 한 번에 인물이나 오브젝트를 선택해주는 기능인데, 처음엔 반신반의했다가 결과물을 보고 바로 업무에 적용했다. 이후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 생성형 확장(Generative Expand) 같은 AI 기반 기능이 연달아 나오면서 포토샵의 작업 흐름은 빠르게 달라졌다.
AI 어시스턴트는 그 흐름의 종착점처럼 느껴지는 기능이다. 단순히 기능 하나를 자동화하는 게 아니라, 편집 의도 자체를 말로 전달하면 AI가 판단해서 처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떻게 쓰는가
포토샵 웹(photoshop.adobe.com)에 접속하면 화면 어딘가에 채팅 아이콘이 보인다. 클릭하면 대화창이 열리고,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요청할 수 있다.
“배경에 있는 사람 지워줘” “색감을 더 따뜻하게 보정해줘” “주인공을 더 도드라지게 해줘” “하늘을 극적인 구름으로 바꿔줘”
요청을 입력하면 AI 어시스턴트가 해석하고, 결과를 새로운 레이어에 생성해준다. 원본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AI 마크업 기능은 조금 더 직관적이다. 텍스트 설명 대신 캔버스에 직접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대략적인 모양을 스케치하면, AI가 그 표시를 편집 지시로 해석한다. “저기 지워줘”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직접 그 부분에 X 표시를 그리는 방식이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솔직하게 평가하자면
긍정적인 면부터 말한다.
작업 속도 면에서는 확실히 다르다. 특히 시안 작업이나 목업 수준의 이미지 편집에서 빠르게 결과물을 확인하는 용도로는 탁월하다. 클라이언트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이 부분 배경 없애고 색 바꿔보면 어때요?”라는 요청을 그 자리에서 바로 시연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비파괴 레이어 구조도 잘 설계되어 있다. AI 어시스턴트가 작업 결과를 새 레이어로 쌓아주기 때문에, 기존 포토샵 작업 방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레이어 히스토리가 쌓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날카롭게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첫 번째, 현재는 웹·모바일 전용이다. 실무 디자이너 대부분은 데스크탑 앱으로 작업한다. 웹 버전 포토샵은 아직 기능 면에서 데스크탑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AI 어시스턴트를 쓰기 위해 웹으로 전환하는 건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다. 데스크탑 통합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두 번째, 정밀 작업에서의 한계다. AI가 “하늘을 바꿔줘”는 잘 처리하지만, “하늘의 왼쪽 구름만 조금 더 어둡게, 단 색조는 현재 색상을 유지하면서”처럼 세밀하고 조건이 많은 요청에서는 아직 해석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복잡한 디테일은 여전히 수동 작업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
세 번째, 프롬프트가 서버에서 처리된다는 점이다. Adobe는 사용자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프롬프트 자체는 서버 사이드에서 처리된다. NDA가 걸린 프로젝트나 클라이언트 기밀 이미지를 다룰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게 포토샵의 미래 방향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Adobe는 단순히 기능 하나를 추가한 게 아니다. 대화형 AI를 Creative Cloud 전반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dobe Express, Firefly에도 유사한 AI 어시스턴트가 들어가고 있고, Microsoft Copilot과의 통합도 진행 중이다.
더 크게 보면, 이건 “도구를 배우는” 방식에서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포토샵을 잘 쓰려면 툴을 먼저 배워야 했다. 앞으로는 뭘 하고 싶은지만 알면 된다. 툴이 알아서 배워준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내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불안감과, “반복 작업에서 해방된다”는 기대감.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맞다. AI가 처리하는 건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편집이다. 창의적 판단과 디자인 의도를 세우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무료로 쓸 수 있는가
현재 무료 플랜 사용자는 생성 작업 20회가 제공된다. 유료 Creative Cloud 구독자는 프로모션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했으나, 이 조건은 변경될 수 있으니 Adobe 공식 페이지에서 최신 정책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접속 방법은 간단하다. photoshop.adobe.com에 Adobe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포토샵에 대화창이 생겼다는 건, 그냥 재미있는 기능이 추가된 게 아니다.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방향 제시다.
10년 넘게 포토샵을 써온 입장에서, 이 기능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데스크탑 미지원, 복잡한 요청에서의 한계, 서버 처리 이슈는 여전히 실무 적용에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맞다. 툴이 사람에게 맞춰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데스크탑 버전에서도 쓸 수 있게 되고, 정밀도가 올라간다면 업무 흐름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때를 기대하면서, 지금은 웹 버전에서 조금씩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글은 UI/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직접 써본 경험과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