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인 일이 설 자리는 정말 사라지는 걸까
요즘 기관이나 공공 쪽 이야기를 들으면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예산이 많이 줄어서요.
웬만한 건 내부에서 미리캔버스로 만들고 있어요.”
어제도 기관에서 일하는 분이랑
차 한 잔 마시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그분도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외주를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 건 아니다”라고.
그 말이 더 씁쓸했다.
이 상황, 사실 우리만 힘든 건 아니다
요즘 디자인 일이 줄어든 건
프리랜서나 디자인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 기관은 예산이 줄었고
- 담당자는 혼자서 감당해야 할 일이 늘었고
- 결재 구조는 더 복잡해졌다
그러다 보니
**‘일단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해보자’**가
현실적인 선택이 된 거다.
툴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미리캔버스, AI 이미지 생성, 자동 편집 도구까지.
이제 “간단한 디자인”은
굳이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이 흐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게 정말 모두에게 좋은 걸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간단한 디자인을
간단한 툴로 해결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기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 기획이 필요한 디자인도
- 판단이 필요한 작업도
- 방향을 잡아야 하는 영역까지
“툴로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결과는
담당자는 더 바빠지고,
디자인은 애매해지고,
프리랜서와 디자인 업체는 설 자리가 줄어든다.
이 구조는
결국 누구에게도 건강하지 않다.
AI와 툴 때문에 디자인 일이 사라지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디자인 일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만드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지
‘필요한 역할’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AI와 툴은
빠르게 만들 수는 있어도
어떤 방향이 맞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 이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 지금 상황에 맞는 선택이 뭔지
- 어디까지 해야 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이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우리가 설 자리를 다시 만들려면
이제는
“이거 만들어드릴게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대신 이런 역할이 필요해진다.
- 이건 내부에서 해도 되고
- 이건 외부 도움을 받는 게 낫고
- 이건 지금 안 해도 되는 작업이고
이걸 같이 정리해주는 사람.
즉,
디자인을 ‘제작’이 아니라 ‘정리와 판단’의 영역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영리하게 버틴다는 건, 방향을 바꾸는 것
예전처럼
작업량으로 승부 보는 방식은 점점 힘들어진다.
대신
- 왜 이 디자인이 필요한지 설명해주고
- 불필요한 작업을 걸러주고
- 예산 안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제안하는 역할
이게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
툴과 AI를 적으로 두기보다
‘도구는 도구로 인정하고, 사람만 할 수 있는 역할을 가져가는 것’
그게 영리하게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관, 담당자, 디자이너가 다 같이 살려면
이 구조가 지속되려면
누군가만 희생하는 방식은 오래 못 간다.
-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건 내부에서
- 방향과 판단은 전문가와
- 핵심 디자인은 제대로 투자해서
이렇게 역할이 나뉘어야
담당자도 덜 지치고,
디자인도 제 역할을 하고,
프리랜서와 업체도 버틸 수 있다.
마무리하며
AI가 생겼다고
디자인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필요한 방식이 바뀌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은
누구 한쪽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만 잘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영리하게 자리를 옮겨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디자인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게 아니라,
설 자리가 이동 중이라고 믿고 싶다.